이번 달에는 뉴크롭이 거의 쏟아져 들어왔다. 한꺼번에 도착한 생두 컨테이너들의 대금 결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뉴크롭이 몰려 들어오는 이 시절의 설렘은 매번 각별하다.
#거짓말 같은 품질과 가성비 #다양한 옵션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생산자 로트가 다수 들어왔다. 품질은 전부 87점 이상이고 가격도 잘 나와서(16000-17500원)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깨끗하게 가공되어 플로럴하고 핵과류의 단맛이 뛰어난 로트들이다. 복합성과 시러피한 마우스필이 매력적이다. 싱글 오리진용으로 강추한다. 시다모 봄베 워시드(18000원)는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에티오피아 워시드의 느낌 그대로다. 플로럴, 클린, 베르가못, 쥬시, 조청, 복합성이 뛰어나다. 시다모는 국내에서 예가체프에 비해 덜 알려진 편이지만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싱글 오리진용 에티오피아 워시드를 찾고 있다면 시다모 봄베를 강추한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았던 리무가 새로 들어왔다. 데레사 툴루(14000원)는 내추럴과 워시드로 각각 들어왔다. 좋은 리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커피다. 내추럴은 농밀한 단맛, 깨끗한 와이니, 묵직한 바디, 베리와 복숭아 등 가진 것이 많은 커피다. 특히 2차 크랙 전후(개인적으로는 그 이후)에서 엄청난 매력을 폭발시킨다. 개인적으로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언제나 리무다. 블렌딩에 적당한 양을 넣으면 단맛과 바디, 향미와 우유와의 조합, 이 모두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데레사 툴루 워시드는 리무 지역 커피답지 않게 플로럴한 산미와 쥬시함을 갖고 있다. 시다모와 예가체프처럼 빵빵 터지는 산미 스타일은 아니고 잘 익은 다양한 과일의 부드럽고 달콤한 산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리무 커피답게 실키한 바디를 갖고 있다. 배전도가 높지 않은 블렌딩에 쓰면 산미가 튀지 않으면서 풍부한 과일 맛을 내는데 제 역할을 해준다.
리무 압두레만 워시드(14000원)가 며칠 전에 들어왔다. 생산자 로트인데 데레사 툴루 워시드와 비슷하면서도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조금 더 플로럴한 느낌이다. 리무 워시드는 정말 오랜만에 구매했는데 다 이유가 있다.
예가체프 아리차 물루게타 트시게 생산자 로트(17500원)는 클래식한 예가체프 워시드다. 플로럴하고 베리와 핵과류의 단맛이 좋다. 아르시 불가 워시드(16500원)는 현재 리무를 제외하고 최고의 가성비를 가진 에티오피아 워시드 커피다. 플로럴, 쥬시 같은 전형적인 산미에 바닐라, 꿀 같은 뛰어난 단맛과 시러피한 바디를 갖고 있다. 구조감이 탄탄하고 밸런스가 좋아 싱글과 고급 블렌딩, 다양한 배전도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커피다. 비엘양도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잊지마세요 #올해는 케냐의 해
케냐 마이크로 로트 다수가 입고되었다. 가쿤두, 카간다, 카이나무이, 캄왕기, 뚱구리, 키아무구모(21000-23000원)의 AA/AB 로트들로 30kg 진공 포장이다. 도르만 제품이다. 품질은 올해 케냐답게 준수하다.
#블렌딩에 없어서는 안 될 #올해 마지막 물량
인도 쉐바로이 힐스 아라비카와 아티칸, 아자드 힌드 로부스타가 들어왔다. 아티칸(12000원)은 올해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다. 재배 고도가 높은 농장이어서 인도 커피임에도 꽤 좋은 산미를 보여준다. 쉐바로이 힐스(11500원)는 처음 구매하는 농장이다. 인도 최남단인 타밀 나두 지역에 있는데 낮은 산미와 농밀한 단맛, 묵직한 바디는 쉐바로이 힐스가 에스프레소를 위해 태어난 커피임을 웅변하고 있다. 다음달에 극소량이 입고될, 그러나 사실상 올해는 품절이라고 봐야 할 바드라 아라비카를 대체할 훌륭한 커피다. 아자드 힌드 로부스타(9800원)는 CxR과 로부스타, 두 가지 로트로 나누어서 판매하고 있는데 큰 차이는 없다. CxR이 살짝 더 산미가 있는 편이다. 최상급 스페셜티 로부스타다. 2차 크랙 넘어가는 블렌딩에 쓰면 진가를 알게 된다. 깊은 맛과 우유에 견디는 힘을 만들어 준다.
#조용한 인기 몰이 #싱글오리진용
과테말라 싱글 오리진용 마이크로 로트가 다양하게 들어왔다. 늘 인기가 좋은 라 메르세드(17500원)는 작년과 달리 와이니한 느낌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좋은 품질이다. 다른 로트들(17500원)은 쥬시한 산미와 클린컵, 시러피한 단맛이 좋다. 아구아 티비아 게이샤(54000원)는 입고되자마자 품절 직전이다. 그냥 사면 된다. 타후무코(13500원)은 우에우에테낭고에서 온 뛰어난 스페셜티 블렌더로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비엘양도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농장 #리브레 스테디셀러
온두라스 마리사벨 블렌드(13500원)는 매년 일찌감치 품절되는 최고의 스테디셀러다. 올해는 작년보다 품질이 더 좋다. 30kg 진공 포장이라 보관성도 뛰어나고 훌륭한 가성비를 갖고 있다. 조청과 카라멜의 농밀한 단맛과 시러피한 바디, 베리나 적포도 계열의 산미, 클린컵까지 갖춰 최상급 스페셜티 블렌더이자 싱글 오리진으로 쓰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커피다. 보통은 블렌딩에서 맛의 중심을 잡는데 콜롬비아와 과테말라를 가장 많이 쓰지만, 같은 역할이라면 마리사벨 블렌드가 지금 가장 눈여겨볼 만한 커피다. 강추. 비엘양도도 가능하다.
#두터운 팬 층 #따라주 워시드의 모범
코스타리카 마이크로 로트가 다수 들어왔다. 매년 거의 동일한 마이크로 밀에서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대부분 스테디셀러라 기다리는 분들이 많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피들이어서 쉽게 바꾸지 못한다. 엘사르 데 사르세로(15000원)는 늘 한결같은 단맛과 밸런스를 보여준다. 로스 앙헬레스 마이크로 밀의 벤다발(15000원)은 따라주의 고지대 커피인만큼 플로럴하고 쥬시한 산미, 클린컵, 복합성을 갖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따라주 워시드 커피를 찾는다면 벤다발을 강추한다. 올해는 최고의 가성비마저 보여준다. 산타 로사 1900 마이크로 밀의 마초(17000원)는 마니아층이 존재한다. 다행히 올해는 작년보다 품질이 더 낫다. 역시나 고지대에서 재배한 코스타리카 따라주 워시드의 모범 같은 맛이다. 화사한 산미와 핵과류나 베리 계열의 향미, 클린컵, 복합성을 갖고 있다.
#리치피치 맛의 디카페인 #균형있는 향미
콜롬비아 엘 파라이소 농장의 리치피치 디카페인(40000원)과 리치(40000원)가 입고됐다. 리치피치 디카페인은 디카페인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그냥 리치피치 그대로의 맛이다. 최고의 디카페인 생두가 아닐까 싶다. 올해 엘 파라이소 리치는 이전에 비해 향미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예전에는 리치 향이 너무 과해 다른 맛들을 전부 덮어버리다 보니 오히려 쉽게 질리곤 했는데 이제 향미 밸런스가 꽤 조화롭다. 리치는 조만간 품절될 듯하다.